어제 저녁 상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길 잃은 고양이를 만났어요. 회색 단모종이었는데 갈비뼈가 쭉 보일 정도로 야위어 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뭔가 자꾸만 발걸음이 돌아갔어요.
편의점에 들어가서 참치캔을 샀어요. 고양이가 먹는 모습을 한참 봤어요. 정신없이 먹다가 가끔 제 손을 핥았어요. 그 순간이 참 좋았어요. 지금 제 인생이 엉망이지만, 적어도 이 고양이는 오늘 밥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요즘 제 일상이 너무 루틴처럼 반복되고 있었어요. 외래 상담 가고, 일기 쓰고, 책 읽고, 또 일기 쓰고. 모두 필요한 거지만 가끔은 다 의미 없어 보여요. 근데 어제는 달랐어요. 그 고양이를 도움으로써 뭔가 제가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나쁜 선택을 했던 사람이지만, 완전히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도 그 골목을 지나가며 혹시 고양이가 있을까 봤어요. 없더라고요. 어디 따뜻한 곳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명주행, 제 이야기도 하나의 길이 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