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이 끝났다는 건 이제 항소를 할지 말지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판사님의 판결문을 받아들고 변호사와 상담했을 때 처음엔 정말 막막했습니다. 사실관계에서 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껴졌거든요. 특히 법정에서 증인신문 할 때 못 다한 말들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변호사가 말해줬습니다. 1심에서 나온 판결이 항소 사유가 될 만큼 명백한 오류를 담고 있는지, 아니면 사실상 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건지 구분이 중요하다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느낀 억울함이 법적으로 항소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지 솔직히 확신이 안 섭니다. 변호사도 그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판사마다 사건을 보는 각도가 다르고, 항소심 판사가 1심과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게 보장되진 않는다는 게 문제네요.
지난주엔 항소장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드리는 변호사와 처음 만났습니다. 기존 변호사와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신선한 관점으로 사건을 다시 정리해주더군요. 그 과정에서 1심 때 미처 강조하지 못한 부분들을 다시 한번 짚었어요. 물론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펼치는 건 아니고, 같은 사실관계를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가능성을 본 기분이 들었어요.
가족들은 항소하는 게 맞냐고 자꾸 물었어요. 재판 기간이 더 길어지고, 비용도 추가로 들고, 혹시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어요. 제 마음도 그랬습니다. 몇 날 밤을 고민했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한 말이 계속 맴돕니다. "지금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끝이고, 항소하면 최소한 다시 한번 주장할 기회가 생긴다. 본인이 후회할지 말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라고요.
결국 항소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돈 때문에, 시간 때문에 후회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1심 판결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물론 항소심도 보장된 승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포기하는 것보다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 기간 동안 다시 한번 제 처신을 돌아보고 있어요.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도 보여야 한다고 느껴요. 변호사도 강조했어요. 항소심 판사도 결국 피고인이 얼마나 진정으로 변했는지, 재범 위험은 없는지를 본다고요. 그래서 항소 준비와 함께 심리 상담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직장 복귀 일정도 항소심이 마무리될 때쯤을 목표로 잡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이해해줬고,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가 지금 가장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항소심 일정이 언제쯤 잡힐지도 불명확한데, 직장 계획까지 세우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앞으로만 봐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습니다.
항소심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도 지금은 다시 한번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제게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