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찰청에서 전화가 왔어요. 조사 날짜를 정하자고. 손가락이 떨렸습니다. 지난 몇 주간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는데, 이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게 갑자기 현실이 되어버렸어요.
처음엔 뭔가 미안하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어요. 가족한테, 직장에, 주변 사람들한테. 아내도 한 번씩 한숨을 쉬고 있고, 손주들도 할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아하는데 그게 좋은 이유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ㅠ 더 힘들더라고요. 밤에 잠을 설치면서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게 내가 불러온 일이라는 거 말입니다.
하지만 요새 깨닫는 게, 자꾸 자책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사이트에서 여러분들 글을 읽다 보니 대부분 초기 단계에서 이런 감정들을 거쳐 가신단 말이에요. 그래서 조금 용기가 났습니다. 내가 홀로 이 길을 가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조사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감이 안 잡혀요. 변호사 선임은 아직 못 했고, 진술서 같은 것도 어떻게 준비하는 건지 몰랐는데 이곳에서 몇 가지 배웠어요. 일단 차분하게 내 상황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랬는지,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요즘 아침에 산에 못 가고 있어요. 마음이 자꾸 무거워서요. 근데 이번 주말엔 다시 산에 올라가려고 해요. 머리도 맑아질 겸,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요. 산 위에서는 세상이 다르게 보여요. 응원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