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이 나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어요. 처음엔 판결문을 읽고 며칠을 멍하니 지냈는데, 변호사와 항소 가능성을 논의하면서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항소심을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이 차라리 더 구체적이어서, 그동안의 혼란스러움보다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안정감을 느껴요.
요즘 신경 쓰는 부분은 생활 기록이에요. 변호사님이 항소심에 양형자료로 제출할 만한 행동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지난 몇 주간 출근을 놓친 날이 없는지, 교육 이수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혹시 음주를 했던 건 아닌지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어요. 처음엔 이게 좀 형식적이라고 느껴졌는데, 기록을 보다 보니 실제로 달라진 게 있더라고요.
회사에서도 요즘 제 모습이 조금 다르다고 한 동료가 언급했어요. 특별히 뭔가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일관되게 출근하고, 업무에 집중하고, 퇴근 후에도 쓸데없는 일들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보인다는 거였어요. 사실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는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활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교육 과정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에요. 한 달에 한 번씩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매번 참석 확인서를 받아두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항소장에 첨부될 자료가 될 테니까요. 솔직히 처음엔 그냥 의무사항처럼만 느껴졌는데, 점점 이 시간이 저한테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사가 설명하는 내용도 귀에 들어오고, 다른 참석자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거든요.
카페 다녀오는 것도 여전히 즐기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엔 그냥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정말 충전하는 시간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아니면 정말로 머리를 비우고 쉬거나요. 전엔 그냥 불안해서 시간을 때우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느낌이 들어요.
가장 큰 변화는 금주를 이어가는 것이에요. 이게 정말 쉬운 건 아니지만, 한 번 깨지면 항소심에서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해진다는 생각에 버티고 있어요. 처음 몇 주는 거의 중독자 수준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습관이 바뀐 것 같기도 해요. 대신 산책을 더 자주 다니고, 집에서 고양이랑 시간을 보내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어요.
항소심이 실제로 시작되면 더 바빠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지금 이 시간들, 즉 출근하고 교육 받고 제 생활을 꾸려나가는 모든 순간들이 결국 내 항소를 위한 실제 자료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형자료가 대단한 게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기록이 되는 거구나 싶었어요. 그게 지금 저한테 가장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