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께서 양형자료 준비할 때 반성문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막상 펜을 들려니까 손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어떻게 써야 진심으로 보일까, 너무 뻔한 말은 아닐까, 판사님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 맴돌았어요. 처음엔 인터넷에서 본 글들을 참고하려다가 결국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사건 초기엔 솔직하게 말하면 후회보다는 당황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뭔가 일어났고, 이 상황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난 몇 개월 동안 조사받고, 변호사와 상담하고,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천천히 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보이기 시작했어요. 추상적인 깨달음이 아니라 정말 구체적으로요.
반성문을 쓸 때는 그냥 '미안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게 아니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순간 제 마음 상태가 어땠는지, 지금은 그게 얼마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를 솔직하게 마주쳐야 했거든요. 쓰면서 몇 번이나 손이 멈췄어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정말 다시 한 번 그때 상황이 떠올라서 괴로웠어요.
근데 이상한 게, 쓰다 보니까 오히려 마음이 조금 놓였다고 할까요. 그동안 계속 외면하고만 있던 부분들을 직면하면서 뭔가 정리가 된 느낌이었어요. 변명의 여지를 없애고 순수하게 제 잘못만 보는 과정이 힘들지만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 몇 줄은 정말 어색했는데, 자꾸 쓰다 보니 점점 자연스러워졌어요.
변호사님께서 검토해주셨을 때 "감정이 담겨있다"고 하셨어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요. 형식적으로 맞는 글이 아니라 정말 반성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야 한다고. 그 말씀 듣고 한 번 더 수정했는데, 이번엔 제가 쓴 글인데도 읽으면서 울컥했어요. 제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게 글에 묻어났다고 할까요.
아직도 이 과정이 완전히 편한 건 아니에요. 선고받고 직장에 복귀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가끔 그때 일이 떠올라요. 하지만 반성문을 쓰면서 분명히 뭔가 달라진 게 있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진정한 반성이라는 게 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혹시 이것도 준비 중이신 분들 있으시면, 자기기만하지 말고 정말 솔직하게 쓰세요. 그게 결과에도 좋고, 무엇보다 본인 마음에도 훨씬 낫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