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를 받고 나흘째 되는 날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천장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출근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문장이 떠올랐어요.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평소처럼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어났어요.
회사에 가는 버스 안에서 손가락을 자꾸만 움직이고 있었어요. 심장이 조금 빨리 뛰고 있었고, 혹시 동료들이 뭔가 알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어요. 하지만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이메일 읽고 회의에 들어가다 보니 조금 나아졌어요. 일에 집중하려고 애썼어요.
처음 며칠은 진짜 어려웠어요. 점심시간에 혼자 화장실 칸에 앉아서 울기도 했고, 오후 세 시쯤 되면 어딘가 모르게 답답해서 화장실을 다섯 번은 가는 그런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일주일이 지나니까 좀 달라지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무섭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일을 하면서 정상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외래 상담을 매주 수요일 오후에 받으면서 스케줄을 맞췄어요. 일 끝나고 그곳으로 바로 가는 거라 시간이 타이트하긴 한데, 이게 양성자료가 될 거라고 상담사분이 말씀해주셨어요. "꾸준히 온다는 게 중요합니다"라고요. 그래서 피곤해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밤 열 시가 넘어서까지 일기를 쓰는 습관도 계속하고 있어요. 처음엔 변호사님이 말한 조건을 맞추려고 억지로 썼는데, 요즘은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하는 느낌이 되었어요. 그날 뭘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순간에 불안했고 어떤 순간에 조금 나았는지. 그걸 쓰다 보면 마음이 덜 산란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직도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내일 뭐가 전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건 제 앞에 주어진 일들을 성실하게 하는 것 같아요. 출근하고, 상담 받으러 가고, 시간이 되면 책을 펴고, 저녁에 일기를 쓰는 것.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나중에 뭔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변호사님도 법원에서는 "사건 이후 피고인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본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모든 게 기록이 되고 있다는 거겠죠. 부끄럽지만, 진심으로 달라지려고 노력 중이라는 증거가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