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반성문 작성을 권하셨을 때는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지난 몇 달간 준비서며 진술서며 쓰다 보니 글 쓰는 게 이렇게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펜을 들고 앉으니 생각이 조금 달랐습니다.
반성문이라고 하면 흔히 형식적인 글, 판사님 눈치를 보며 쓰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경우엔 좀 달랐어요. 사건 이후 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변호사님 말씀도 그랬어요. 진정성이 없으면 오히려 역효과라고요.
처음엔 막혔습니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까지가 적절한 선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시간순으로 정리를 했어요. 그 날의 상황, 당시 제 심리 상태, 그 이후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를요. 쓰다 보니 자기기만하고 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진 몰랐던 거죠.
지금은 세 번째 초안을 정리 중입니다. 각 문단을 다시 읽으면서 불필요한 변명을 빼고, 더 구체적이고 진솔한 표현으로 고치는 중이에요. 시간이 걸리지만 이 과정 자체가 제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양형자료로서의 역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명확히 하는 작업이 되고 있거든요.
요즘 아침에 눈을 떠도 가슴이 철렁하는 날들이 많지만, 이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조금 더 명확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