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치 이후 처음으로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막막했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얼마나 상세하게 써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거든요. 인터넷에서 양식을 찾아보니 너무 뻔하고 일반적인 문구들만 가득했습니다. 그걸 그대로 베끼면 법원에서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 버전은 제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썼습니다. 사건 당시 심리 상태, 왜 그 선택을 했는지, 가족들이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마치 법원에 입장문을 제출하듯이 정리했어요. 변호사님께 보여드렸는데 피드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무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그 지적이 맞았습니다. 읽어보니 제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묻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반대로 너무 간단하게 썼어요.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만 담았는데, 이건 너무 뻔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이 '당신만의 목소리가 없네요'라고 했을 때 깨달았어요. 양형자료라고 해서 뭔가 거창하게 쓸 필요는 없다는 걸요.
세 번째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썼습니다. 며칠 간격으로 다섯 번은 고쳐 썼습니다. 외래 상담을 받으면서 얘기했던 제 감정들, 상담사와 나눴던 대화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결국 가장 짧고 간단한 버전이 나왔는데, 이게 가장 진심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지금 그 반성문은 양형자료 폴더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건, 형식이나 길이보다 정직함이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고, 지금 뭐가 바뀌었는지를 솔직하게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