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만 해도 엄마한테 전화 받는 게 두려웠어요. 사건 얘기가 나올까봐, 아니면 내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목소리로 들킬까봐. 그래서 문자로만 주고받으려고 했는데, 엄마는 계속 전화를 걸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엄마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상담선생님이 몇 달 전에 말씀하셨던 게 떠올랐어요. 가족과의 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회복도 어렵다고.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요즘에는 조금 이해가 가요. 내가 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변화를 누군가는 봐줘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았어요.
지난주에 처음으로 엄마 집에 주말 외박을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외래 상담을 받으니까 월요일 오전 약속이 있어서, 일요일 오후에 돌아와야 했는데 말이에요. 토요일 아침에 엄마는 내가 좋아하던 반찬들을 해놨어요. 별 것 아닌데 자꾸 눈이 흐려졌어요. 상담받으면서 처리해야 할 감정들이 많긴 했지만, 이건 다른 감정이었어요.
저녁에 거실에 앉아서 엄마와 얘기했어요. 사건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가 모르던 부분들도 들었어요. 엄마도 상담을 받는다고 했어요. 나 때문에 아파해하는 엄마를 보는 게 처음엔 또 다른 죄책감이었는데, 상담선생님 말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이것도 내가 책임져야 할 과정이라고요.
요즘 일기를 쓸 때마다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여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때도, 퇴근해서 밥을 먹을 때도, 주말에 엄마한테 전화할 때도. 이런 게 양형자료에 어떻게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록에는 남아요. 내가 정말로 변했다는 증거들 말이에요.
엄마는 어제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니?" 물었어요. 약 끊고 일 잘하고 있는지, 수면은 괜찮은지. 작은 질문들이었지만 그 안에 엄마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나도 답할 때 솔직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변화라고 생각해요.
다음 주말도 집에 가기로 했어요. 이번엔 같이 산책을 가보자고 엄마가 말씀하셨거든요. 작은 결심이지만, 이런 식으로 쌓여가는 게 뭔가 의미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