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씨가 정말 좋아서 오후에 한참 산책을 했어요. 사건이 종결된 지도 꽤 됐는데, 요즘은 날씨 좋은 날이면 그냥 집에만 있기가 답답해서 자주 나가게 되더라고요. 이전에는 산책할 마음이 안 났는데, 지난 몇 개월간 변호사님과 진행하던 과정들이 마무리되니까 뭔가 달라진 것 같아요.
산책 중에 문득 생각했던 게, 그동안 양형자료 준비한다고 계속 집중했던 것들이에요. 처음엔 막막했어요. 변호사님이 설명해주신 양형인자가 뭔지, 어떤 자료들이 필요한지도 몰랐고, 진짜 이렇게 준비하면 감경이 될까 싶기도 했거든요. 근데 이제 보니까 그 과정 자체가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진술서 쓸 때 제가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지, 지금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정리하면서 깨달은 부분들이 있었다는 뜻이죠.
산책하다가 고양이를 만났어요. 회색 고양이가 골목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쉬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좀 부러웠어요ㅋㅋ. 저도 요즘은 조금씩 그런 마음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항소는 앞으로의 일이니까 지금은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직장도 다시 안정되었고,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자는 게 편해졌거든요.
변호사님과 마지막 상담 때 했던 말씀이 자꾸만 떠올라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말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앞으로 조금 더 신중하게 사는 것이라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항소 과정에서도 더 좋은 결과로 나타날 거라고. 이 말이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최소한 현재를 좀 더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는 생겼어요.
오늘은 산책하면서 새로 발견한 카페에 들어갔어요. 조용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드라마 한 편을 봤어요. 요즘 드라마 보는 게 진짜 좋아요. 캐릭터들의 갈등을 보면서도 덜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고, 그냥 그 순간을 즐기는 게 되더라고요. 아무것도 아닌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런 하루하루가 제 삶을 다시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소 준비는 변호사님과 함께 차근차근 하기로 했어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고요. 그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그냥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산책도 자주 나갈 생각이고, 이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