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은행 앱을 켜서 올해 거래 내역을 쭉 훑어봤어요.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제 돈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본 건데, 생각보다 정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변호사 선임비, 합의금, 진료비 같은 큰 항목들은 당연히 눈에 띄지만, 그 외에 제가 어떻게 쓰고 있었는지 보니까 약간 놀랐습니다.
사건 초반 몇 달은 솔직하게 돈 관리를 포기하고 있었어요. 식사도 대충하고 택시도 자주 타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이것저것 샀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출퇴근을 다시 시작하고 일상이 돌아오니까 자연스럽게 쓸 것과 아닐 것이 구분되더라고요. 주말에 짐짐이나 카페 가는 비용은 유지하지만, 불필요한 건 안 사게 됐습니다.
변호사한테도 얘기했는데, 이런 부분도 양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반성문이나 교육 이수 기록만이 아니라, 경제 활동을 다시 정상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그때는 그렇게까지 생각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요즘은 매달 첫째 주에 통장을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직장 복귀 이후로 월급도 정상적으로 들어오고, 그걸 어떻게 배분할지 계획하는 과정 자체가 마음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가족한테도 이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요. 큰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살아가는 방식의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뭔가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