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받고 한두 달은 정신이 없었어요. 그저 판결문을 읽고 또 읽고, 변호사님과 항소 일정을 짜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양형자료 준비하면서 "심리진단"이라는 항목을 봤는데,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어요. 변호사님이 설명해주자 심리상담소를 찾아야 한다는 걸 알았고,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가까운 상담소 몇 곳을 검색했는데 전부 대기가 길더군요. 한 곳은 3주 기다려야 했고, 다른 곳은 아예 신규 접수를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직장 근처 클리닉도 여러 군데 돌아다녔는데, 상담사분들이 받아주긴 했지만 양형자료용 진단서를 쓸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 했어요. 법원에 제출할 목적이라고 하면 대부분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결국 변호사님이 소개해주신 곳으로 가게 됐어요. 첫 상담은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상담사분이 사건 경위를 물어보고, 현재 심리 상태가 어떤지를 30분 정도 이야기했거든요. 음주운전 사건이라고 했을 때 상담사분의 태도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게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통상적인 상담 과정을 거치고 심리검사도 받기로 했어요.
심리검사는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선택지가 많은 문항들이 수십 개, 수백 개씩 있었고, 답변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훅 지나갔습니다. 검사 도중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문항들이 내 성격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진단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까. 하지만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성실하게 진행했습니다.
2주 뒤에 상담사분이 결과를 설명해주셨어요. 심리 상태가 안정적이고,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나 불안감도 현재로선 관리 범위 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상담도 권했지만, 양형자료용 진단서의 핵심은 "현재 피고인의 심리 상태는 범죄 당시와 달리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진 상태"라는 쪽이었어요. 변호사님에게 그 결과를 전달하고,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심리상담을 미루지 말았던 게 다행이었어요. 초반엔 "굳이 상담까지 받아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고, 그 기록이 양형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상담을 받으면서 선고 후 일상이 단순히 "시간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변호사와의 상담, 가족과의 대화, 퇴근 후 운동, 그리고 심리상담까지—이 모든 게 다시 일어서는 과정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할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가능하면 일찍 시작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