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나온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상담사가 바뀐다고 했어요. 그동안 양형자료 준비하면서 함께해주신 분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선생님으로 옮긴다는 거였어요. 처음엔 서운했어요. 마침내 판결도 받았겠다, 이제 좀 숨 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관계까지 끝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나중에 상담 기관에 물어보니까 그게 원칙이라더라고요. 양형 준비 단계와 그 이후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판결 전에는 객관적 자료와 증거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판결 후엔 가족의 실제 마음 상태를 더 봐야 한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전문 영역이 다르다는 뜻이었어요.
새로운 상담사 선생님은 처음엔 낯설었어요. 그런데 첫 시간에 판결 숫자 얘기를 하나도 안 하셨어요. 대신 남편 면회를 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집에 돌아온 후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만 물으셨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앞의 선생님은 판결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봐주신 거고, 이 선생님은 판결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려는 거구나 싶었어요.
요즘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맞았던 것 같아요. 같은 선생님이 계속했다면 자꾸만 과거 자료와 판결 결과로 돌아갔을 수도 있거든요. 새로운 분을 만나면서 비로소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직도 쉽지는 않지만, 판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