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새로운 프로젝트 팀에 정식으로 편입됐습니다. 사건 이후로 복귀한 지 거의 1년이 되는데, 이번이 처음 본격적인 집단 업무라고 해야 할까요. 그전까진 독립적인 업무들을 맡으면서 조용히 존재감을 지우려고 했다면, 이제는 팀원들과 정기적으로 회의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해야 합니다.
처음엔 떨렸습니다. 같은 팀이 된 선배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혹은 알고 있을지 몰라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근데 며칠 일해보니 그들은 그냥 내가 업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만 관심 있더라고요. 월요일 아침 회의 때 내가 제출한 자료를 보고 "깔끔하네" 하는 코멘트 받으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어제는 선배 하나가 점심 먹으러 가자고 불렀습니다. 1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상황입니다. 밥 먹으면서 프로젝트 일정 얘기하고, 팀 내 분위기 얘기하고, 심지어 주말에 뭐 했냐는 잡담도 했습니다. 특별히 깊이 있는 대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퇴근할 때쯤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동안 사건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들이 이제 자주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직장이 처벌 받는 공간이 아니라 그냥 일하는 공간이 돼간다는 게 느껴집니다. 아직 멀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