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를 받으러 갔습니다. 양형자료용이라고 병원에 미리 말씀드렸는데, 의사선생님이 진료 기록을 정리해주시면서 "객관적으로만 쓰겠습니다"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참 묘했습니다. 객관적이라는 게 뭘까 생각하면서요.
지난 몇 달간 주 1회 상담을 받았는데, 처음엔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게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상담사분이 "느낀 감정을 부정하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남편이 처한 상황 때문에 괴로워했고, 동시에 본인 탓을 했습니다.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왜 막지 못했을까. 그런 마음들이 악순환처럼 반복됐어요.
상담 중에 상담사가 "당신이 모든 걸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처음으로 가슴이 덜 졸였습니다. 그건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었거든요. 우리는 배우자의 모든 결정과 행동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걸 인정하고부터 밤에 잠을 조금 더 잘 자게 됐어요.
진단서에는 "불안장애, 수면장애 소견"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의료 용어로 정리된 제 상태를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말 불안했고, 정말 잠을 못 잤으니까요.
변호사님께 진단서를 드렸을 때 "좋은 자료가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양형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제 고통이 법정에서 한 장의 문서로 읽혀질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게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이 과정이 진짜 일어나고 있는 건지 가끔 의심됩니다. 하지만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건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