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상담을 받을 때 상담사가 자꾸만 묻던 게 있었어요. "요즘 언제 가장 마음이 불안해요?" 하는 질문이었는데, 저는 답이 명확했습니다. 저녁때였어요. 남편이 감옥에 있던 시절, 저녁이 되면 혼자 밥을 차리는 그 시간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밥을 지으면서 자꾸만 그 일을 생각하고, 혼자라는 생각도 자꾸 들었어요.
상담사가 그때 제안한 게 지금도 도움이 돼요.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을 '의식적인 시간'으로 만들라는 거였어요. 음악을 틀어두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창밖을 본다든지. 요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와중에 다른 자극을 줘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그게 루틴이 됐습니다.
요즘 저는 저녁마다 라디오를 켭니다. 뉴스나 인문학 프로그램 같은 걸 들으면서 밥을 지어요. 손은 요리하는데 귀는 다른 데 가 있으니까 예전처럼 악순환 생각에 빠지지 않아요. 특별히 뭔가가 나아진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혼자라는 생각은 덜해요. 라디오 진행자 목소리가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드는 거 같아요.
양형자료 준비할 때도 상담사한테 이 일상의 변화를 말했어요. 의료진도 그걸 진단서에 넣어줬고요.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제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어요. 혼자 밥을 먹는 것도, 그 시간을 견디는 것도 회복의 과정이라는 뜻이었어요.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라면, 불편하더라도 저녁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닌 '만드는 것'으로 바꿔보세요. 라디오, 음악, 팟캐스트, 뭐든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