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저는 식사 시간이라는 게 없었어요. 남편 사건이 터졌을 때는 그냥 음식이 목에 넘어가지 않았고, 합의 과정에선 변호사님 만나느라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1심 판결이 나던 날은 새벽 3시까지 깼다가 아침을 거르고, 점심도 상담실에서 차를 마신 게 전부였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생활 패턴이 완전히 뒤틀렸습니다.
상담사가 처음 지적했을 때는 신경 안 썼어요. "식사를 챙기세요"라는 말이 너무 뻔해서요. 하지만 3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나면서 이게 정말 문제가 됐습니다. 자정 무렵에 갑자기 배고픔이 몰려왔거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심리 상태가 안정되면서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없으니까 라면이나 우유, 치즈 같은 것들을 먹게 됐어요.
상담사가 또 다시 이 얘기를 꺼냈어요. "밤 11시에 밥을 먹으신다는 게, 뭔가 다른 신호일 수도 있다"고요. 저는 처음엔 반발했습니다. 그냥 배고픈 거 아니냐고, 왜 이런 걸 심리와 연결하냐고요. 하지만 몇 번 더 얘기하면서 깨달았어요. 밤에만 먹고 싶어 하는 게, 실은 낮 동안에 제가 너무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낮에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얼굴을 마주칠지, 장을 볼 때 누가 물어볼까 봐 불안했어요. 밤이 되어야 그 긴장이 풀리고, 그제야 몸이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거였습니다. 상담사는 이걸 기록해서 양형자료에 포함시켰어요. "일상의 기본적 생활 리듬이 사건으로 인해 파괴되었으며, 현재 심리 상태가 낮 시간대의 불안감으로 표현되고 있음"이라는 식으로요.
그 후로 제가 뭔가 달라졌습니다. 아침 7시에 무조건 밥을 먹기로 결심했어요. 처음엔 정말 어려웠습니다. 입에 넣으면 토할 것 같고, 위가 받아주지 않는 기분이었거든요. 하지만 3주 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변했어요. 아침밥을 먹으니 낮 동안 불안감이 조금 줄었습니다. 그리고 밤 11시에 먹던 라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어요.
요즘은 남편과 함께 아침 8시에 밥을 먹습니다. 말 없이 밥만 먹을 때도 있고, 가끔 남편이 "어제 텃밭에 상추가 더 났어"라고 얘기할 때도 있어요. 그 시간이 되니까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변호사님도 항소 준비할 때 이 자료를 중요하게 봤어요. 단순한 불규칙한 식습관이 아니라,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요즘 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나 저나, 우리가 얼마나 이 사건으로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게 양형자료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밥 한 끼가 법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지금 자기 생활 패턴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도 다 기록해두시길 권해요. 상담사와 함께 말이에요. 그게 결국 본인과 가족을 증언하는 자료가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