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동네 텃밭 모임이 있는 수요일이 되면 마음이 복잡했어요. 사건 이후로 거의 2년을 사실상 숨어서 지냈거든요. 남편 일이 알려지면서 동네 분들 눈치가 신경 쓰여서 장을 보러 나갈 때도 눈을 피하고, 아파트 복도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발걸음이 빨라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수요일에 정말 오랜만에 텃밭 모임에 나갔어요. 솔직히 가기 전에 한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아직도 누군가는 저를 보며 뭔가 생각할 텐데, 그걸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마음을 먹고 나갔어요.
놀랍게도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모임에 계신 분들이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처음 몇 분간만 살짝 조심스러운 눈치가 있다가 금방 일상처럼 돌아왔어요. 누군가는 "어쩜 이제야 나오셨어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셨고, 우리는 함께 상추밭을 정리하고 새로운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 시간이 진짜 필요했던 거 같아요. 심리상담 선생님도 "지역 공동체 활동이 재사회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자주 말씀하셨는데, 이제야 그 말씀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이 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모임도 꼭 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