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동네 텃밭 모임에 나갔어요. 처음엔 정말 떨렸습니다. 이웃들이 우리 상황을 알까봐, 어색하지 않을까봐요. 하지만 손을 흙에 묻고 상추며 방울토마토를 심다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옆에서 함께 일하던 분이 하나하나 알려주셨습니다. 물주는 시간, 거름 주는 법, 모종을 심는 깊이까지요. 그분은 제 사연을 모르셨고, 저도 꺼냈어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냥 호미질하고 웃고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상담사에게 "요즘 어때요?" 하고 묻는 것도 좋지만, 그런 질문 없이도 누군가 옆에서 "이렇게 하면 잘 자라요" 라고 말해주는 게 있더라고요. 치유라는 단어 없이도 말이요.
모임에 나가기 전, 가족이 저한테 물었어요. 괜찮겠냐고. 저는 "모르겠지만 가볼게"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생각보다 좋았어" 라고 전했어요. 그게 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