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님 면담을 앞두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저는 한참을 노트 앞에 앉아만 있었어요.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제 감정과 현실을 글로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외래 상담을 받으면서 심리사분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던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처음 쓴 글은 너무 딱딱했어요. 마치 인터넷에서 본 양식을 따라 쓰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다시 썼습니다. 이번엔 있는 그대로 썼어요. 내가 왜 그 상황에 빠져들었는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했는지, 지금은 어떤 마음인지를요. 상담사분이 "반성문은 법원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한 기록"이라고 말씀하신 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약 끊은 후 제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가 보였어요. 약 없이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걸 매일 경험하고 있었는데, 글로 정리하니까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일기도 이렇게 쓰고 있지만, 반성문은 조금 달랐어요. 내 잘못을 마주하는 과정이었거든요. 피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반성문을 완성한 후 외래 상담사분께 보여드렸을 때, 상담사분이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안도감이 들었어요. 혹시 모르는 마음으로 쓴 부분들, 너무 당신스럽지 않나 걱정했던 표현들이 오히려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진 거였어요. 완벽한 반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반성문 쓰기는 제 사건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검사님과의 면담에서도 제 반성문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 자체가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거였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정말 변하고 싶은 건지, 무엇이 변해야 하는 건지를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요즘 일기를 쓸 때도 반성문을 쓸 때의 그 진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자신과 솔직하게 대화하는 글로요. 독서도 계속하고 있는데, 최근에 읽은 책에서 "반성은 과거를 되돌리는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행위"라는 문장이 있었어요. 그 말이 제 경험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반성문을 쓰는 것도,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모두 미래를 위한 작은 선택들이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