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일과를 이야기하면 참 규칙적이라고들 해요. 아침 여섯 시 반에 깨고, 저녁 열한 시에 누운다고 하면 다들 놀라워합니다. 예전의 저는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이거든요. 약 끊기 전에는 밤낮이 뒤바뀌어 있었고,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자신도 몰랐었으니까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저는 밤 열한 시에 누우려고 하면 불안감이 올라왔어요. 마치 뭔가를 놓치는 것 같은 느낌, 시간이 남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상담선생님과 그 부분을 얘기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 불안감은 약으로 채웠던 공백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그 공백을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한다고요. 저는 그날부터 밤 열한 시를 의식적으로 일상의 일부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처음 몇 주는 정말 힘들었어요. 밤 열한 시가 되면 침대에 누웠지만, 뜬 눈으로 천장을 봤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계속했습니다. 매일 밤 열한 시에 누우면, 침대 옆 책상 위의 그날 일기를 다시 읽기로 했거든요. 그날 뭘 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적은 글들을 다시 보는 거예요. 처음엔 자책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몇 주가 지나니까 그 일기들을 보면서 뭔가 차근차근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식사는 더 구체적으로 정했어요. 아침 일곱 시에 밥을 먹고, 점심은 일 때문에 시간이 조금 유동적이지만 대체로 낮 열두 시 반, 저녁은 여섯 시 반입니다. 처음엔 이렇게 정확한 시간을 지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몸이 시간을 기억하더라고요. 요즘은 시계를 안 봐도 약간의 배고픔으로 식사 시간을 안다는 게 신기합니다.
가장 의외로운 변화는 아침 밥맛이에요. 예전에는 무조건 카페인만 찾았는데, 지금은 따뜻한 국 한 그릇이 제일 맛있습니다. 요즘 제 아침밥은 계란말이, 나물, 밥, 된장국. 어제는 엄마가 주신 김자반까지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느낀 게, 규칙적인 식사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다시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는 거라는 거였습니다.
상담선생님은 이런 루틴이 재범방지의 기초라고 말씀하셨어요. 약했던 시간을 다시 채우고, 그 시간들을 새로운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요. 저는 그 말이 처음엔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압니다. 밤 열한 시에 누워서 그날의 일기를 읽을 때, 제 손으로 내일의 일정을 적을 때, 그리고 아침 여섯 시 반의 햇빛이 들어올 때, 저는 계속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요.
외래 상담을 시작한 지 이제 육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처음 선생님과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제 하루는 참 많이 달라졌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너무 극적으로 변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조용하게, 밤 열한 시와 아침 여섯 시 반 사이에서 조용하게 쌓여가는 느낌이에요. 이게 맞는 방향인지 아직도 확실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루틴 속에선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