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검찰청에 간다.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서류 한 번 더 정리하고, 상담 기록 사본도 챙겼다. 여섯 달 동안 모인 게 꽤 많다. 외래 상담 기록, 심리 검사 결과, 의무 교육 이수증, 일터에서 받은 근무 평정서까지. 이 모든 게 내 옆에 파일에 정리되어 있는데, 자꾸 손이 간다. 혹시 빠뜨린 게 없나 싶어서.
변호사님은 면담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내가 지난 반년 동안 성실하게 상담을 받고, 약을 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검사님도 그런 자료들을 본다고 했다. 처벌 감경의 핵심이 뭐냐면,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는 거라고. 과거의 잘못이 아니라.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일주일 전부터 자꾸 수면이 얕아졌다. 밤중에 깬다. 꿈을 꾼다. 기관 건물 복도를 헤매는 꿈이 많다. 목표물을 찾지 못하는 꿈.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기를 쓰는데, 그날따라 손떨림이 있었다. 상담 선생님한테도 말했다. 걱정되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은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 앞에서는 누구나 그렇다고.
어제 회사 퇴근길에 공원에 들렀다. 날씨가 좋아서.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개 한 마리가 와서 나한테 기대었다. 주인이 미안하다고 인사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그 개가 한참을 내 옆에만 앉아 있었다. 특별히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옆에. 그 순간이 이상하게 차분했다.
검사님 면담 때는 뭘 해야 할까. 자신 있게? 성실하게? 겸손하게? 변호사님이 주신 조언을 다시 읽어봤다. 너무 많이 말하지 말 것. 질문에 정확하게 답할 것. 자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것. 말이 쉽지. 실제로 내일 가면 긴장할 것 같다. 변호사님은 가서 좋은 결과 받으면 된다고 했다. 집유나 기소 유예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파일을 또 넘겨봤다. 상담 기록지 첫 장의 날짜를 본다. 여섯 달 전이다. 내가 그때는 정말 다른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약한 순간이 있지만, 적어도 매일 그렇진 않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괜찮아, 조용한밤' 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릴 수 있게 됐다. 그게 진전이라고 상담 선생님도 말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진전이라고.
내일이 끝나면 또 다른 대기가 시작될 거다. 검사 결정을 기다리는 기간. 변호사님은 빠르면 한두 달이라고 했다. 그 사이에도 상담은 계속 가야 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그게 좋다고 판단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느낌.
자정이 넘었다. 내일을 위해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천장을 본다. 파일은 가방에 들어갔다. 알람도 맞췄다. 일단 내일을 보내자. 그다음은 그다음이다. 변호사님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한 발 한 발. 그게 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