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나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집행유예였다. 변호사님도 검사 의견서에서 선처를 요청했고, 법원도 그걸 받아들인 듯했다. 당시 법정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악은 피했다. 처벌금 일부와 약물 관련 치료비도 명시됐는데, 이건 이제 차근차근 처리해야 할 항목이다.
요즘 내가 가장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건 생각보다 평범한 것들이다. 직장 복직 후 첫 월급이 들어온 거다. 상담 비용을 전부 자비로 냈고, 외래 진단서도 수백만 원대였다. 그걸 양형자료로 제출했던 내가, 이제 그 돈을 어떻게 메울지 계산 중인 거다.
처음엔 법원 선고만 생각했다. 그 후가 이렇게까지 복잡할 줄은 몰랐다. 선고 조건으로 지정된 치료비, 앞서 썼던 상담비 부분 보험 처리 여부 확인, 그리고 앞으로 정기적으로 받아야 할 추적 관찰 비용까지. 월급에서 저축도 해야 하고,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돌려드려야 하고, 이 모든 게 겹친다.
변호사님은 선고 후 다시 만날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 판결서 확인, 보호관찰소 첫 출소 예약, 치료 기관 등록 등. 변호사님이 도움이 됐던 부분은 명확했지만, 이 단계에선 직접 찾고 물어봐야 할 게 너무 많다.
동료들을 마주칠 때의 심리 상태도 예상과 달랐다. 사건 이후로 몇 명만 알게 됐는데, 그 사람들 앞에선 여전히 조심스럽다. 직장 복직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업무 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웃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부분일 것 같다. 어차피 일은 일이고, 평가는 실적으로 나온다.
법원 선고 직후엔 마치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다음이 더 길다는 걸 안다. 집행유예 3년 동안 조건을 지켜야 하고, 보호관찰 중에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복잡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일상의 루틴을 최대한 규칙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직장 출근, 정기 상담, 보호관찰소 체크인. 단순해 보이지만, 이게 지금 내게 필요한 전부인 것 같다.
첫 월급을 받으면서 든 생각은, 이 돈이 단순한 급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간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결과물이고, 동시에 앞으로 해야 할 책임들을 감당하기 위한 기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쓰고, 더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 단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