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장을 받고 나서 처음 몇 주간은 모든 일정을 달력에 표시했어요. 변호사 만나는 날, 진단 검사 날, 의무 교육 신청 마감일까지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그런데 자비 상담을 예약하는 것만큼은 계속 미뤘어요. 전화를 들었다가 놨다를 반복했고, 이메일 양식을 작성해 놓고 며칠을 더 생각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기묘했어요. 상담을 받으면 뭔가 공식적으로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변호사와의 만남은 사건 때문이니까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상담은 스스로 찾아가는 거잖아요. 그게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변호사님이 직접 "상담 기록도 양형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외래 상담을 시작한 지 한 달째가 되던 날, 처음으로 진짜 긴장이 풀렸어요. 상담사님이 생각했던 것처럼 '판단'하지 않으셨거든요.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매주 같은 시간에 상담을 받으면서, 그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일정 관리가 별 거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이게 무너지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달력에 표시된 모든 약속을 지키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