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터지고 나서 한동안 집에 가기 싫었어요. 아빠 얼굴 마주치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식탁에 앉아도 뭘 먹는지 모르겠고, 아빠가 밥 먹는 모습도 직시하기가 어려웠어요. 엄마는 계속 옆에서 뭔가 해주려고 했지만, 아빠는 말이 없었어요. 그게 더 무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제부터 좀 달라졌어요. 평일에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게 덜 두려워졌거든요. 검찰 송치 이후 피해자 분이랑 합의가 진행되면서 뭔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교육도 마쳤으니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는 확신도 생겼고요.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아빠한테 진짜 진심으로 말했어요. 제가 잘못했다는 거,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거라는 거. 아빠가 뭐라고 답할 줄은 알았는데, 눈빛이 좀 달라졌더라고요. 완전히 용서해주신 건 아니겠지만, 아빠도 이제 '아, 얘가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이렇게 보시는 것 같았어요.
오늘 저녁도 함께 밥을 먹었어요. 여전히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밥 먹는 동안 아빠가 저한테 직장 얘기 좀 물어봐 주셨어요. 작은 거지만, 저한테는 정말 컸어요. 식탁이 예전처럼 편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제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