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양형자료 작성 준비하라고 연락하셨을 때 솔직히 막막했어요. 뭘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도 안 오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들도 다 너무 딱딱하고 어려워서 읽다가 중단하곤 했어요. 그런데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니까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저는 반성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충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 변호사님 말씀을 다시 들어보니 내가 실제로 한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지난 몇 달간의 일정을 다시 정리해보기 시작했어요. 직장에 복귀한 날짜, 정기적으로 다닌 곳들, 가족이랑 시간을 보낸 일들 같은 거 말이에요. 이렇게 다시 보니까 사실 내가 멍때렸던 시간만 있는 게 아니라 뭔가 차곡차곡 쌓아온 게 있었던 거더라고요.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주변 사람들 추천장 받는 과정이었어요. 직장 상사분이나 종교 기관 담당자분 같은 분들한테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근데 다들 흔쾌히 도와주시더라고요. 특히 상사분이 써주신 글을 읽으면서 내가 일하면서 보여준 태도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봤는지 알 수 있어서 신기했어요. 내가 생각한 나와 남이 본 나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느껴봤다고 할까요.
이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양형자료라고 하니까 마치 시험에 떨어지면 안 되는 입시 자소서처럼 생각되더라고요. 좋은 말만 고르고, 부족한 부분은 숨기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겨요. 근데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건 법원은 그런 거 다 알고 본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실제로 뭘 했고, 앞으로 뭘 할 건지를 있는 그대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거예요. 변명하려는 나와 실제로 책임지려는 나 사이의 싸움이 글에 그대로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고쳐 쓰고, 또 고쳐 쓰고 하면서 내 마음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이 정도면 변호사님께 봐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양형자료 작성이 이렇게까지 깊이 있는 과정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냥 종이에 글 몇 줄 쓰고 끝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지난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고 앞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네요.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 과정 자체가 나한테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