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갔을 때, 남편이 한참을 말을 못 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현실이 되니까 다른 거더라고요. 변호사분이 "양형 기준은 이 정도 수준"이라고 미리 설명해주셨는데, 실제 판결문을 받아 들고 있으니 진짜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집에 와서 밥을 차렸는데 아무도 못 먹었어요. 저는 판결문을 계속 읽고 또 읽었습니다. 법관이 남편의 반성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구절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저희가 합의한 게 정말 빨랐거든요. 사건 초기에 피해자분을 찾아뵙고, 반성문도 여러 번 다시 썼고, 동기 진술도 솔직하게 했던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들이 죄책감만 있었던 게 아니라 실제로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느낌이었어요.
다음날 아침, 남편이 신문 배달하며 근처를 지나가는 동네 분을 만났대요. 인사를 나눴는데 어색했다고 하더군요. 이제 이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그게 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판결은 끝났지만 선고 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 그제야 느꼈습니다. 벌금도 내야 하고, 상담도 계속해야 하고, 무엇보다 피해자분과의 약속들을 지켜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무거워졌어요.
법정에서는 법관이 판단하고 판사하지만, 판결 후 일상은 우리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