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자료 준비하면서 상담사분과 처음 의견이 완전히 갈렸던 일이 있습니다. 남편이 받은 진단서에 '심각한 수준의 트라우마 반응'이라고 명시돼 있었는데, 피해자분 측에서 제시한 합의금이 생각보다 낮았거든요. 저희 변호사님은 "이 정도면 합리적"이라고 하셨는데, 상담사는 다르게 봤어요.
상담실에서 상담사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합니다. "금액이 아니라 합의 자체가 갖는 의미를 먼저 보세요"라고요. 처음엔 이상했어요. 우리가 받은 진단서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심각했는데, 왜 금액으로 환산되지 않는단 말인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며칠 지나면서 그 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나중에 상담사와 다시 얘기하면서 깨달았어요. 합의금 액수보다는 피해자분이 우리의 성의를 받아주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었어요. 금액이 크고 작은 것도 물론 양형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합의 성사 자체가 반성과 책임 인정의 신호라는 거였습니다. 진단서는 피해가 컸다는 걸 보여주는 거고, 합의금은 그걸 어느 정도 보상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라고요.
남편 사건을 겪으면서 배운 게 많은데, 이것도 그중 하나네요. 숫자로 모든 걸 판단하려는 습관이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은 합의금 액수보다, 상대방이 우리를 용서하려고 마음먹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