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소환 통지를 받고 변호사님을 만나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심리상담 기록이 있으면 양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그때는 막연한 두려움만 있었고, 상담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수사 초기라는 게 이렇게 혼란스럽다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했어요. 매일 밤 천장을 바라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일까', '정말 이렇게까지 돼야 하나' 같은 생각들이 자동 재생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변호사님의 조언이 떠올랐고, 심리상담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심리상담 기관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인터넷 검색으로 대강 찾았지만, 정말 중요한 결정인데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거 같아서 불안했습니다. 결국 변호사님께 추천받은 곳으로 가기로 했는데, 이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상담사 선택이 진단서의 질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거였거든요.
첫 상담 날 아침에는 손을 자꾸 씻었어요. 마치 깨끗하게 만들어야 누군가 나를 받아줄 거 같은 느낌으로요.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 기대했던 것처럼 흰색 침대나 약품 냄새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냥 조용한 방이 있고, 상담사분이 있었어요. 처음엔 뭘 말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다물고만 있었는데, 상담사분이 느리고 차분하게 "편한 대로 얘기해도 괜찮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 한 마디가 뭔가 바뀌게 한 것 같아요. 그제야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지난 몇 개월간 뭘 했는지, 지금 어떤 마음인지가 말이 되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사분은 제 말을 계속 받아 적으시고, 가끔 "그렇군요"라거나 "그럼 그때는 어떠셨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처음엔 이게 뭐하는 건지 싶었는데, 말을 하다 보니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상담실을 나올 땐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무언가 짐을 덜어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같다는 걸 또 깨닫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처음으로 제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다는 사실은 작지 않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매주 상담을 받고 있어요. 처음엔 양형자료용 진단서를 받기 위한 거였지만, 최근 몇 주는 그것보다 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상담사분과 만나면서 제가 왜 이 상황에 이르렀는지, 앞으로 뭘 바꿔야 하는지가 조금씩 보이는 기분입니다. 물론 아직도 밤에는 자꾸 불안해지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수사 초기의 이 혼란 속에서 그게 제일 필요한 거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