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반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밤새 천장을 바라보다가 새벽 4시쯤 되면 한두 시간 우악 쏟아지는 식이었는데, 아침이 되면 또 벌떡 깨곤 했습니다. 심리상담사가 "수면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어요. 남편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저는 거의 3개월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상담을 계속 받으면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게 있어요. 몸이 안 좋으면 판단력도 흐려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또 불안해진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기본적인 게 수면과 식사라고 했어요. 마치 기울어진 책상 다리를 먼저 반듯이 놓아야 하는 것처럼요.
저는 그때부터 아주 의도적으로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0시 반에 침실 불을 끄기로 했어요. 그 전에 핸드폰도 거실에 놔두고,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요즘 유행하는 수면 유튜브를 틀었습니다. 처음엔 별 효과가 없었지만 3주쯤 지나니까 달라졌어요. 11시쯤이면 자연스럽게 졸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도 마찬가지였어요. 변호사 비용 때문에 식비를 많이 줄여야 했는데,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됐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계란 하나, 밥 한 공기, 미역국을 먹는 것으로 정했어요. 점심은 남은 반찬으로 먹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앉아서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거창하지 않지만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을 먹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안정됐어요.
상담사가 양형자료 진단서를 작성해 주실 때 수면과 식사 루틴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얼마나 규칙적으로 잠을 자고 있습니까?" "하루에 몇 끼를 거르지 않고 먹고 있습니까?" 이런 식으로요. 그때 처음 깨달았는데, 이런 기초적인 자기관리도 결국 양형자료에 담길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법원에서는 단순히 "반성하겠습니다"라는 말보다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는 변화를 봅니다.
지금은 2년이 지났고 저는 거의 매일 밤 10시에 자고 6시 반에 깹니다. 주말에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무의식적인 강박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이 루틴이 저를 지탱하는 기둥 같은 거 되었습니다. 텃밭에 나갈 때도 일찍 자야 밝을 때 나갈 수 있고, 동네 모임에 가서 웃을 때도 충분히 잔 몸이 다르다고 느껴요.
혹시 지금 밤을 못 주무시는 분 있으시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장 모든 게 나아질 순 없지만, 한 번에 30분씩이라도 일정한 시간 수면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것도 일종의 성의 있는 노력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