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나온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다시 상담사를 찾아갔습니다. 항소를 준비하면서 심리 평가 자료를 보강해야 한다는 변호사님 조언이 있었거든요. 처음엔 같은 얘기를 또 해야 하나 싶어서 조금 피곤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달랐어요. 판결문을 읽은 상담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법원에 전달되지 못했는지 짚어주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제 자신도 새롭게 보였습니다. 사건 초기와 지금의 심리 상태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그땐 부인하고 싶었던 부분들이 이제는 인정할 수 있게 된 거죠. 상담사는 그걸 자연스러운 성장이라고 했어요. 새로운 진단서엔 그런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항소심에서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자신한테는 솔직한 글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