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퇴근 버스에서 본 변화

🌲· 약 2개월 전· 👁 26· ♥ 8· 💬 3

요즘 아침 버스를 타면서 느끼는 게 있다. 예전엔 버스 안에서 자꾸만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반복했는데, 지금은 그냥 창밖을 본다. 특별히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거다.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됐다. 처음엔 양형자료용 진단서를 받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것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상담사 선생님이 자꾸만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관찰해보세요"라고 했는데, 그게 뭐 하는 말인지 처음엔 몰랐다. 그런데 출퇴근하면서 느껴지더라. 버스 안에서 남 눈치 보면서 휴대폰 들었다 놨다 하던 내가 지금은 그냥 앞을 본다. 그게 작은 변화라는 걸 깨달았다.

직장에 복귀한 지 좀 됐는데, 처음 두세 달은 정말 힘들었다. 사람들 앞에서 떨렸고, 회의할 때도 말을 못 꺼냈다. 그런데 지금은 동료들이랑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가볍게 농담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진단서에 적혀 있는 내용들, 즉 "불안 수준의 감소", "사회적 적응 개선" 이런 말들이 비로소 실감난다. 상담사가 쓴 글귀일 뿐이었는데, 버스에서, 사무실에서 그게 일어나고 있었구나 싶다.

변호사님과 마지막 미팅에서 "양형자료에는 진단서도 중요하지만, 결국 당신이 실제로 달라졌다는 증거가 제일 크다"고 하셨다. 그때는 뭔가 거창한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침 버스에서 창밖을 보는 것, 점심 때 웃고 있는 것, 그런 게 그 증거인 거였다. 상담을 계속받는 이유도 처음과는 조금 다르다. 양형자료가 아니라 그냥 이런 일상들을 누군가와 나누면서 정리하고 싶어서다.

다시일어선 의 다른 글

전체 보기 →

댓글 3

🌲· 약 2개월 전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저도 상담 초반엔 진단서 때문에 시작했는데, 요즘은 상담사 말이 맞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변호사님 말처럼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실제 증거가 되는 거 같습니다. 계속 꾸준히 진행하시길.
🌲· 약 2개월 전
이 글을 읽고 정말 한숨이 나왔어요. 저도 지금 상담 3개월차인데, 처음엔 진단서 때문에 마지못해 가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요즘 느껴지는 게,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슴이 철렁하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는 거예요. 예전엔 매일 아침 '이 일이 터질까봐'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말이에요. 변호사님 말씀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종이가 내 인생을 바꿀 건가" 이러고 있었는데, 결국 진단서는 그냥 종이고 내가 실제로 달라지는 게 제일 크다는 거. 그게 검찰과 판사도 보는 거겠죠. 앞으로 상담 계속 다니실 계획이신지 궁금하네요. 저도 양형 결과 나온 후에도 계속할지 말지 고민 중이거든요.
🌲· 약 2개월 전
변호사 말씀이 정말 와닿네요. 저도 처음엔 거창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담사가 "일상 속 작은 변화가 가장 강한 증거"라고 했을 때 그제야 이해가 됐어요. 버스에서 창밖 보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게 결국 실제 변화를 보여주는 거구나 싶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

Q&A 심리·정서 의 다른 글

전체 보기 →
텃밭에서 손이 흙색이 되는 날[4]🌲다시봄을·05:07피해자 대면 프로그램 다녀온 날[6]HOT🌲다시봄을·07-15상담사가 제안한 '저녁 준비' 시간[7]HOT🌲다시봄을·07-14선고 후 첫 달, 일상이 낯설었어요[6]HOT🌲반성문앞에서·07-14항소심 준비하며 처음 받은 질문[6]HOT🌲다시봄을·07-13밤 11시에 밥을 먹는 이유[6]HOT🌲다시봄을·07-11선고받고 3개월, 일상이 돌아오는 중입니다[6]HOT🌲다시봄을·07-10합의 전에 상대방 심정을 물어본 변호사[8]HOT🌲다시봄을·07-091심 판결 후 상담사가 바뀐 이유[6]HOT🌲다시봄을·07-08텃밭 가꾸다 이웃을 만났어요[8]HOT🌲다시봄을·07-07아내와의 대화가 늘었어요[8]HOT🌲다시일어선·07-06합의금 액수를 정할 때 상담사와 싸웠어요[6]HOT🌲다시봄을·07-061심 판결 앞두고 변한 것들[9]HOT🌲반성문앞에서·07-06남편이 돌아온 후 말이 늘었어요[8]HOT🌲다시봄을·07-051심 판결 직후, 상담실에서 울었던 이유[7]HOT🌲다시봄을·07-03법원 출석 전날 밤[8]HOT🌲반성문앞에서·07-03심리상담 진단서, 객관성이라는 부담[9]HOT🌲반성문앞에서·07-02변호사님 조언으로 달라진 생활비 짜기[6]HOT🌲다시봄을·07-01통장을 정리하며 느낀 것[8]HOT🌲다시봄을·06-29교육 수료증을 받고 느낀 것[9]HOT🌲반성문앞에서·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