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 버스를 타면서 느끼는 게 있다. 예전엔 버스 안에서 자꾸만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반복했는데, 지금은 그냥 창밖을 본다. 특별히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거다.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됐다. 처음엔 양형자료용 진단서를 받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것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상담사 선생님이 자꾸만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관찰해보세요"라고 했는데, 그게 뭐 하는 말인지 처음엔 몰랐다. 그런데 출퇴근하면서 느껴지더라. 버스 안에서 남 눈치 보면서 휴대폰 들었다 놨다 하던 내가 지금은 그냥 앞을 본다. 그게 작은 변화라는 걸 깨달았다.
직장에 복귀한 지 좀 됐는데, 처음 두세 달은 정말 힘들었다. 사람들 앞에서 떨렸고, 회의할 때도 말을 못 꺼냈다. 그런데 지금은 동료들이랑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가볍게 농담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진단서에 적혀 있는 내용들, 즉 "불안 수준의 감소", "사회적 적응 개선" 이런 말들이 비로소 실감난다. 상담사가 쓴 글귀일 뿐이었는데, 버스에서, 사무실에서 그게 일어나고 있었구나 싶다.
변호사님과 마지막 미팅에서 "양형자료에는 진단서도 중요하지만, 결국 당신이 실제로 달라졌다는 증거가 제일 크다"고 하셨다. 그때는 뭔가 거창한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침 버스에서 창밖을 보는 것, 점심 때 웃고 있는 것, 그런 게 그 증거인 거였다. 상담을 계속받는 이유도 처음과는 조금 다르다. 양형자료가 아니라 그냥 이런 일상들을 누군가와 나누면서 정리하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