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진 직후엔 정말 돈 생각을 못 했어요. 합의금도 어떻게 마련할지, 앞으로 벌금이 얼마나 나올지 그 정도만 생각했거든요. 근데 상담사와 얘기하다 보니 더 현실적인 문제가 보였어요. 선고가 나오면 앞으로 몇 년을 어떻게 살아갈 건지, 가족 생활비는 어떻게 꾸려갈 건지 하는 거 말이에요.
변호사님이 양형자료 준비하면서 한 번 조언해 주신 게 있었어요. "지금부터라도 가계부를 정확히 기록해 두세요. 선고 후에 법원 판단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본인과 가족이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합니다"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몇 주 해보니 깨달았어요. 제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돈을 쓰고 있었는지를.
매일 적다 보면 남편 용돈, 아이들 학용품비, 집세, 전기료... 이런 게 눈에 들어와요. 그리고 불필요한 게 보여요. 음식 배달, 충동 구매. 그런 것들을 줄이니까 한 달에 생각보다 여유가 생겼어요. 작은 돈이지만 그 돈들이 모이면 변호사료도 될 수 있고, 앞으로의 불안감도 조금은 덜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텃밭에서 이웃분과 얘기할 때도 이 얘기가 나와요. "불행 속에서도 배우는 게 있다"고 하셨던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분도 마찬가지고요. 이제 저는 가계부를 양형자료로도 쓸 생각이고,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어요. 작은 변화지만, 이런 걸 하다 보니 앞이 좀 덜 캄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