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근할 때 버스 탈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엔 이 버스를 탈 수 없었다는 거예요. 운전면허 취소 상태였고, 출퇴근도 아내 차에 얹혀 다니거나 택시를 타야 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버스표를 끊고 타는 일상이 돌아왔는데, 처음엔 이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몰랐어요.
심리상담을 받으라고 한 건 아내였습니다. 처음엔 거부했습니다. 뭘 더 말해야 하나,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 싶었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양형자료 준비할 때 진단서 하나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고, 그럼 받아보자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실제로 받아보니 의외였어요. 상담사가 묻는 질문들이 단순한 게 아니었고, 내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상담 받으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내가 일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거였습니다. 버스를 탄다는 것도, 직장에 정시에 도착한다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한다는 것도. 이 모든 게 다시 돌아오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는데 말입니다.
지금 상담 진단서는 양형자료로 제출됐습니다. 변호사 말로는 긍정적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진단서 때문만은 아니고, 상담을 받는 과정 자체가 내게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 그게 없었으면 지금 이 버스 안에서 지금처럼 생각하고 있지 못했을 거예요.
버스가 정류장에 멈출 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탑니다.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 평범함 속에 있으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