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심리상담 네 번째 회차였는데, 상담사분이 제게 물었어요. 지난 주에 뭘 했냐고. 그러니까 제가 그동안 뭘 한 건지 설명하다가 말았어요. 검찰 조사 준비, 합의금 첫 분할 납부, 교육 이수 신청 확인, 반성문 초고... 이렇게 다닥다닥 얘기했는데, 상담사분이 웃으면서 "손으로 꼽아봤을 때 몇 가지예요?"라고 했어요. 저는 손가락을 펴면서 세다가 멈췄어요. 다섯 가지도 넘었거든요.
그때부터 상담사분이 제 일정 노트를 펼쳐달라고 했어요. 저는 휴대폰 메모장을 열었는데, 거기엔 그냥 할 일들이 줄줄이 쓰여만 있었어요. 우선순위도 없고, 언제까지 할 건지도 명확하지 않고, 뭘 언제 완료했는지도 기록이 없었어요. 그걸 보니 상담사분이 차근차근 정리를 해보자고 했어요.
우리가 한 건 간단했어요. 현재 시점 기준으로 먼저 끝내야 할 것과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을 분리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각 항목마다 예상 기간을 써 넣었어요. 예를 들면 합의금 분할은 이미 진행 중이니까 매달 정해진 날짜에 입금하기, 교육 이수는 이번 달 안에 신청 완료하고 오는 달부터 수강 시작, 반성문은 검찰 조사 일정이 나온 후 2주 전부터 본격 작성하기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이게 신기했어요.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마음이 좀 놓였거든요. 지금까지는 뭐가 가장 중요한지, 뭘 먼저 해야 하는지 계속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항상 불안한 기분이 있었어요. 밤에도 자다가 깼어요. 내가 뭘 놓친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일정표를 만들고 매일 아침에 그걸 보니까 '오늘은 이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사분이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한 번에 여러 개를 붙들고 있으면 하나도 제대로 못 한다고. 그리고 검찰 단계라는 건 이미 상황이 정해진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안에서 성실하게 각 단계를 밟는 것뿐이라고 했어요. 조급해하거나 뭘 놓칠까봐 초초해하는 건 오히려 실수를 만든다고도 했고요.
지금 저는 그 일정표를 핸드폰과 책상에 두 개 붙여놨어요. 매일 아침 확인하고, 그날 할 일 세 가지 정도만 마음에 담고 시작해요. 합의금 납부 기한이 하나, 교육 이수 절차 진행이 하나, 그리고 반성문 관련 자료 정리가 하나 정도씩요. 이렇게 하니까 하루가 덜 길게 느껴져요.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물론 여전히 불안할 때가 있어요. 특히 검찰에서 연락이 없는 날들 말이에요. 하지만 그럴 땐 일정표를 보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뭔지' 다시 확인하려고 해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상담사분과의 네 번의 만남이 다 도움이 됐지만, 어제 일정표를 그린 시간이 가장 실질적으로 머릿속을 정리해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