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건이 접어들고 나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우리 가족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구분하는 방식이 따로 있다는 거였어요. 판결 전후가 아니라, 합의 전후도 아니고, 남편이 밥을 먹느냐 못 먹느냐로요.
처음엔 그게 무슨 신호인지 몰랐습니다. 경찰 조사 받을 땐 남편이 밥을 안 먹어도 '당연하지, 충격 받았으니까'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변호사가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말한 날부터는 달랐어요. 남편이 사흘을 거의 아무것도 입에 안 댔어요. 책상 앞에 앉아만 있고, 써진 건 이틀 만에 반 페이지 분량뿐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한 일은 변호사가 권한 것과 달랐어요. 법적 조언이나 사건 진행 관련 것들은 변호사님이 알아서 챙기셨으니까요. 제가 한 건 정말 단순했어요. 저녁 7시에 남편 옆에 앉았어요. 밥을 차리고, 숟가락만 놓고 나갔어요. 먹게 하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있게 놔뒀어요.
합의 과정도 마찬가지였어요. 변호사님이 피해자분 입장을 설명해주시고, 합의금 액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물으셨을 때, 남편은 또 며칠을 밥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이번엔 죄책감 때문이었어요.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을 얼마나 상처 줬는지를 비로소 구체적으로 마주하게 된 거죠. 판사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현실의 누군가를 상처 입힌 내 행동에 대해서요.
그때 상담사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음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관심입니다. 억지로 먹게 하지 마시고, 그냥 계속 차려놓으세요." 그 말을 듣고 서야 깨달았어요.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이 결국 그거였구나. 반성문을 잘 쓰게 해주는 것도, 합의를 빨리 진행하게 하는 것도, 변호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다 결국 남편이 자기 행동을 마주할 수 있게 옆에 있는 것이었어요.
선고까지 남은 기간, 가장 놀라웠던 건 판결문이 아니었어요. 선고 받던 날 아침, 남편이 처음으로 밥을 스스로 덜어먹었다는 거였어요. 계란말이를 먹고, "엄마, 이건 좀 된장국 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말했어요. 작은 말이지만, 그때 제 눈물이 났어요.
양형에 반성문이 영향을 미치는지, 합의 시점이 판결을 좌우하는지, 그런 법적 질문들은 변호사님이 더 잘 아실 거예요. 근데 저는 이제 그것보다 다른 걸 봐요. 우리 가족이 그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했는지를요. 남편이 자기 행동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생각하고, 밥상 앞에 다시 앉을 수 있게 되었는지를요. 그게 어쩌면 법정에서의 어떤 합의금이나 감경 사유보다, 진짜 중요한 거였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아침 여섯 시에 밥을 지어요. 남편이 일어나서 먹게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