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반 3개월은 거의 잠을 못 잤다. 밤 2시, 3시에 눈을 뜨고 천장을 보다가 새벽 5시쯤 겨우 졸음이 오는 식이었다. 검사 소환장이 오면 어떻게 할지, 법원 출석 날 뭘 입을지 하는 생각들이 자동으로 떠올랐고, 잠든 사이에도 식은땀이 났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수면제 처방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땐 약 먹기가 더 무서웠다. 또 다른 기록이 쌓이는 것 같아서.
8개월 정도 지났을 때부터 변화가 생겼다. 직장 복귀가 확정되고 실제로 출근하면서 몸이 자연스럽게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밤 11시쯤 누웠고, 처음엔 여전히 3시간, 4시간씩만 자다가도 몇 주 지나니 6시간 정도는 연속으로 잤다.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그냥 피곤했던 것 같다. 낮에 일하고 퇴근 후 운동하고, 저녁 먹고 집에 오면 자연히 졸렸다.
요즘은 아침 6시 40분쯤 눈이 떠진다. 알람 전에. 신기한 건 요즘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다 보니 밤에 불안감이 덜하다는 거다. 예전엔 밤이 되면 자동으로 마음이 철렁했는데, 지금은 그냥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면 일하는 그런 느낌이다. 심리상담 선생님이 양형자료용으로 진단서를 써주셨을 때 "수면 개선" 항목도 포함해 달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실제로 검사나 법관들도 이런 일상의 변화를 보는 거겠지. 약을 먹어서 억지로 낫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 패턴을 되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모습 말이다.
식사도 비슷했다. 초반엔 밥을 못 먹었다. 입에 넣으면 부글거렸고, 억지로 삼키려니 목에서 걸렸다. 아내가 야채나 국물 같은 부드러운 것들을 준비해줬는데 그것도 힘들었다. 회사 점심시간에도 밥을 못 먹고 화장실에만 가곤 했다. 8개월 정도 그 상태였다. 그러다가 운동을 시작하면서 허기가 생겼다. 퇴근 후 헬스장에 가서 1시간을 하고 오니까 몸이 뭔가를 요구했다. 아내가 준비한 밥을 다 먹기 시작한 게 그때쯤이다.
지금은 아침에 계란이나 밥을 먹고, 점심은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먹고, 저녁은 집에서 아내와 함께 먹는다. 평범한 일이겠지만 1년 전엔 생각도 못 했다. 최근에 변호사님과 만났을 때 "신체 상태가 많이 회복되셨네요"라고 했다. 아마 얼굴이 나아 보인 거겠지. 얼굴은 속일 수 없다.
수면과 식사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이렇게까지 무너지고 회복되는 경험을 할 줄은 몰랐다. 회복이라는 표현이 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내 경우엔 그냥 살아가는 능력이 돌아온 거다.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고, 밤에 누워서 자는 것. 그게 가능해졌다는 게 지금 가장 확실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