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재발방지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처음엔 막막했어요. 반성문과 뭐가 다른지도 몰랐고, 그냥 "다시는 안 하겠습니다" 이 정도로 넘어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변호사님과 상담하면서 알게 된 건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뭐가 부족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상을 바꿀 건지를 명확하게 써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심리상담을 다시 받기로 했어요. 사건 초기에도 몇 번 받았지만, 이번엔 재발방지 관점에서 전문가와 깊이 있게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상담사분께 지금 내 상태를 체크받고, 앞으로 어떤 트리거가 위험한지,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할 건지를 정리했어요. 물론 상담만으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내 약점이 뭔지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달라졌어요.
재발방지 계획서에 집중하다 보니 피해자분께 진정한 사과가 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진짜 반성한다는 게 말이 아니라 행동 변화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걸요. 상담 기록, 약물 복용 계획, 일상 루틴 관리, 위험 상황 피하기 같은 구체적인 항목들을 써 내려가다 보니 내가 정말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가 명확해졌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서류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계획서를 정리하는 과정이 공허한 반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 변화로 연결되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느껴져요. 이게 양형자료로서 효과가 있을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겠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작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