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을 마친 지 2주쯤 지났는데 어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어요. 피해자 측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공탁금 수령 절차에 대한 확인 차원이었습니다. 변호사를 통해서만 소통하기로 했었는데 직접 연락을 한 것 같아서 좀 어색했어요.
생각해보니 공탁금이 법원 계좌에 들어간 후부터는 피해자도 그것을 인수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거더라고요. 저는 이미 해야 할 것을 다 했지만, 상대방도 은행 가서 절차를 밟고 영수증을 받고... 이 모든 걸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게 문득 와닿았습니다. 지금까지는 합의금을 어떻게 모을지, 언제까지 준비할지만 생각했는데, 공탁 이후의 과정은 상대방 몫이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미안하기도 했어요.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더 이상 피해자와 직접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지 말라고 했어요. 이미 공탁이 완료됐고 합의서도 제출했으니 남은 건 법원 절차뿐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였어요. 적어도 이 부분은 더 이상 제 판단에 달린 게 없다는 것만으로도.
요즘은 공탁 서류들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것도 신경 써요. 나중에 법원에서 확인 요청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또 양형에 미치는 영향도 궁금하고요. 변호사는 적극적 합의와 성실한 공탁이 감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했지만, 실제 선고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냥 해야 할 것을 했다는 것 자체로 위안 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