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수명령 프로그램 담당 강사분께 월간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처음엔 이 보고서가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고, 그냥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서류라고만 생각했는데 몇 개월이 지나니까 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보고서를 쓸 때마다 지난 한 달간 뭘 했는지 정리하게 됩니다. 일상이 얼마나 단조로운지, 또 그 단조로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돼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에 뭘 먹었고, 주말에 집에서 뭘 했고. 사건 나기 전에는 이런 것들을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상인지 알겠습니다. 보고서에 쓸 말이 정말 없다는 게 역설적으로 좋은 신호인 것 같아요.
강사분은 보고서를 읽고 댓글을 달아주십니다. 처음엔 그 댓글이 뭔가 감시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반응해준다는 게 묘하게 안정적이라고 느껴집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틀린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 옆에서 봐준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그게 본래 목적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그 목적이 단순한 감시보다는 뭔가 더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달 보고서에는 직장에서 있었던 작은 변화를 썼습니다. 동료들과 대화할 때 좀 더 편해졌다는 거요. 처음 복귀했을 때는 누가 알까봐 그렇고, 어떻게 봐질까 싶고 정말 조심했어요. 여전히 조심하지만, 이제는 그게 병적인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조심? 그런 정도가 됐달까요.
어제 보고서를 쓰다가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엄마는 내가 이수명령을 잘 마칠 수 있을지 몇 번이나 물었어요. 마치 그게 다시 시험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처럼요. 실은 이수명령은 떨어지는 게 없는 과정입니다. 출석하고, 보고서 제출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계속 진행되는 거니까요. 그런데도 부모님은 자꾸 불안해하셨어요. 아마 내가 이 모든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중도에 좌절하지는 않을지를 걱정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제 이수명령도 반 정도 지났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생각해봤는데, 특별한 게 없더라고요. 그냥 지금처럼 계속하면 될 것 같습니다. 출석하고, 보고서 쓰고, 일상을 살고, 또 보고서에 그걸 써 내려가는 것. 처음엔 이 반복이 얼마나 지루할까 봤는데, 지금은 이 반복 자체가 정상이라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다음 달 보고서는 뭘 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별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있는 그대로 써야겠다고 봅니다. 이게 아마 가장 솔직한 글일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