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변호사님과 함께 법정을 한 바퀴 돌아봤어요. 실제로 선고가 나올 그 자리를 눈으로 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남편이 처음 법정에 설 때는 저도 방청석에 앉았었지만,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뭐가 뭔지도 몰랐거든요. 이번엔 좀 달랐어요. 판사님이 앉으실 자리, 검사님과 변호사님의 위치, 그리고 피고인석까지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며 따라가니 조금은 마음의 준비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선고 당일날 우리 가족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성실한지를 법정에 보여줘야 한다고요. 반성문도 다시 한 번 함께 읽어봤는데, 처음 썼을 때와 지금 마음가짐이 좀 다르더라고요. 그때는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정말로 남편이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깨닫고 있다는 걸 느껴요.
요즘 남편도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엔 자조적으로 웃기만 했는데, 요즘엔 자신의 행동을 직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요. 심리상담도 꾸준히 다니고 있고요. 저도 상담사님과 함께 '판사님이 어떤 분이실까' 하는 불안감에 대해 얘기했는데, 상담사님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이 자꾸 떠올라요.
아직 5일이 남았어요. 동네 텃밭에 나가 흙을 만질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해요. 고추도 많이 열렸고 오이도 한창이고. 이런 작은 것들이 여름을 또 겨울로 이겨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의 가족분들이 있다면 지금 이 기간도 당연히 힘들겠지만, 우리가 이미 해온 것들을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변호사님도 그렇고 상담사님도 그렇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도 우리 가족을 보고 있으니까요.
선고가 나는 날 이곳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