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고 후 6개월, 처음으로 웃음이 나왔어요

🌳· 약 5시간 전· 👁 14· ♥ 3· 💬 6

판결문을 받아 든 날부터 세어보니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몇 달은 시간이 정말 이상하게 흘렀어요. 하루하루가 길었다가도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었고, 뭔가를 하고 있어도 정신은 계속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조금 달라진 게 있습니다. 어제 친언니가 우리 엄마를 우리 집에 데려왔는데, 엄마가 작은 화분을 갖고 오셨어요. 베란다에 몇 주 전에 심은 초록색 식물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걸 보시고는 "넌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별 거 아닌 말이지만 그때 처음으로 진심 있게 웃었어요.

이제 하루를 버티는 것에서 조금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직장 복귀 후 처음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맡기라고 팀장이 제안했어요. 처음엔 거절하려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걸 다시 느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두렵긴 합니다. 혹시 또 실수할까봐, 혹은 신입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심리상담사가 지난주에 해준 말이 자꾸만 떠올라요. 작은 책임들을 다시 짊어지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크게 뭔가를 바꾸거나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 말입니다.

오늘따라 날씨가 맑아서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공원에 나갔어요. 벤치에 앉아 있으니 옆 사람들은 자기 일로 바쁜데 나도 누군가의 일상 속에 그냥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상태가 완벽하진 않아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걸 조금씩 느껴보고 있습니다.

반성문앞에서 의 다른 글

전체 보기 →

댓글 6

🌳· 약 5시간 전
엄마 말씀이 정말 크게 들렸나 봐요. 그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다시 움직이게 되는 거 같습니다.
🌳· 약 4시간 전
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 약 4시간 전
신입사원 교육 맡으신 거 정말 잘하신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했었는
🌳· 약 4시간 전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오신다면 그때는 다른 선택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약 4시간 전
6개월 지나니까 좀 달라지는 거 맞네요.
🌳· 약 4시간 전
네, 맞아요. 시간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

자유게시판 의 다른 글

전체 보기 →
고양이 따라 돌아다니는 산책로[3]N🌳눈팅하다가입·어제넷플릭스 시즌 2가 나왔네요[4]N익명사용자·어제항소심 변론기일이 한 달 앞으로[8]🌲법잘몰라요·어제요즘 밤샘이 늘었어요[10]🌳무너진일상·어제엄마가 법정 가려고 했어요[9]🌲조용한 발자…·어제직장에서 처음 야근을 했어요[6]🌲다시일어선·어제공탁 후 피해자 연락, 어떻게 대응할까[9]🌳합의앞두고·어제반성문 쓰다가 손 멈췄어요[7]익명사용자·어제반성문, 몇 번 고쳐 썼어요[7]🌲다시일어선·어제검찰에서 연락 올 때까지 몇 일 남았을까[8]🌳무너진일상·06-23조사 가는 날, 생각보다 진정이 됐어요[5]익명사용자·06-23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것들[7]🌳조심스런하루·06-23야식 끊고 새벽 5시에 깨는 일이 생겼어요[12]HOT익명사용자·06-23아침 일찍 일어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7]🌳늦은후회·06-23진술서 재작성, 이번엔 객관적으로 써보려고[9]HOT🌳욱했던그날·06-22엄마가 법정에 같이 가겠대요[9]익명사용자·06-22날씨 좋은 날 산책하며 생각난 것[13]HOT🌳눈팅하다가입·06-22이수명령 보고서, 쓰면서 느낀 것[14]HOT🌳조심스런하루·06-22검사님 질문에 손떨렸어요[8]🌳야식파괴자·06-22항소장 제출 전, 마음가짐[11]🌲다시일어선·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