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받아 든 날부터 세어보니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몇 달은 시간이 정말 이상하게 흘렀어요. 하루하루가 길었다가도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었고, 뭔가를 하고 있어도 정신은 계속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조금 달라진 게 있습니다. 어제 친언니가 우리 엄마를 우리 집에 데려왔는데, 엄마가 작은 화분을 갖고 오셨어요. 베란다에 몇 주 전에 심은 초록색 식물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걸 보시고는 "넌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별 거 아닌 말이지만 그때 처음으로 진심 있게 웃었어요.
이제 하루를 버티는 것에서 조금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직장 복귀 후 처음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맡기라고 팀장이 제안했어요. 처음엔 거절하려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걸 다시 느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두렵긴 합니다. 혹시 또 실수할까봐, 혹은 신입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심리상담사가 지난주에 해준 말이 자꾸만 떠올라요. 작은 책임들을 다시 짊어지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크게 뭔가를 바꾸거나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 말입니다.
오늘따라 날씨가 맑아서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공원에 나갔어요. 벤치에 앉아 있으니 옆 사람들은 자기 일로 바쁜데 나도 누군가의 일상 속에 그냥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상태가 완벽하진 않아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걸 조금씩 느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