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계속되면서 가장 먼저 망가진 게 수면 패턴입니다. 원래는 11시면 자고 6시에 일어나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새벽 2시, 3시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아침이 되곤 합니다. 누워있어도 머릿속은 법정 장면이나 검사의 질문들을 계속 반복 재생하고 있어요. 변호사님 말로는 이런 불안감이 흔하다고 했는데, 알면서도 조절이 안 됩니다.
식사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손이 안 움직여요. 결국 점심을 굶고 저녁에 대충 라면을 끓여 먹거나, 어머니가 반찬을 가져다주신 것을 덜어 먹는 식입니다. 회사 동료들은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는데, 저는 책상에서 눈을 붙이고 있거나 휴게실 구석에 앉아만 있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일 텐데, 괜히 신경 쓰다 보니 더 힘들어집니다.
어제는 잠을 못 자다가 새벽 5시에 포기하고 일어났어요.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다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봤는데, 한 달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더라고요. 얼굴이 푹 꺼진 것도 그렇고, 눈 밑 다크서클이 심했습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모르시는데, 나중에 법정에 같이 가실 때 보시면 얼마나 놀라실까 싶어요.
변호사님께 한 번 물어볼 생각입니다. 혹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같은 걸 복용해도 되는지, 그게 양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요. 지금 상태로 재판을 받으면 제 상태가 더 나빠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아무튼 이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