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받고 한참을 읽지 못했어요.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할까요. 이틀 뒤에 상담을 예약했던 날이었는데, 그때 상담사님께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울음이 나왔어요. 죄책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도감도 있었고, 그 안도감이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었거든요.
상담사님은 그날 저를 다그치지 않으셨어요. 대신 "앞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건지가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양형자료로 쓸 진단서를 받는 게 아니라, 진짜 제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변호사님과는 다른 각도에서 저를 보는 경험이었어요.
아직도 힘들지만, 매주 그 상담실에 가는 시간만은 제가 할 수 있는 성의 있는 무언가인 것 같아서 계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