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월급이 들어왔어요. 요새는 그 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상담비, 교통비, 식비, 그리고 변호사 선임금... 혼자 생활하면서 이렇게까지 돈을 세어본 적이 없었어요. 학생 때는 용돈을 쓸 때 그냥 썼고, 사회 첫 발을 내딛고서도 월급을 받으면 무언가를 사고 먹고 그랬는데, 이제는 달라요.
사건이 터진 후로 집유 판결을 받고 나서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법원에 제출할 자료에는 본인이 정성껏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담겨야 합니다." 그게 뭐냐고 물었을 때 생활 기록, 경제 활동, 교육 이수 증명서 같은 것들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날부터 월급 관리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상담사님은 매주 만날 때마다 "규칙적인 생활이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저는 엑셀로 가계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부끄러워서 손으로 메모장에 썼는데, 숫자가 자꾸만 틀렸거든요. 지금은 월수입, 고정 지출, 변동 지출, 저축액까지 모두 기록합니다. 상담 선생님이나 변호사님께 보여줄 때를 대비해서요.
이번 달은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어요. 부모님이 사건 이후로 도와주시려고 하셨는데, 저는 가능한 한 자급자족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해야 더 성실해 보일 것 같았거든요. 결과적으로 월급에서 상담비를 빼고, 교육 프로그램 수강료를 빼고, 생활비를 빼니까 남는 게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정말 일을 하고 있고,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숫자가 증명해주는 거죠.
며칠 전에는 통장 잔액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보통 사람들처럼 여유로운 소비는 못 하지만, 이것도 나름의 책임감이구나 싶었어요. 변호사님이 "법원은 재판 기록뿐 아니라 당신이 이 6개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봅니다"라고 하셨는데, 제 가계부와 월급 통장 거래 내역이 바로 그 살아온 기록이 되는 거구나 싶었어요.
어차피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깔끔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매월 일정액을 교육에 투자하고, 일정액을 저축하고, 나머지를 생활비로 쓰는 루틴이 생겼어요. 처음엔 이게 양형자료를 위한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게 진짜 제 삶이 된 것 같아요. 월급 들어오는 날이 두렵거나 막막하지 않고, 오히려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계산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작은 통장이지만 존재감이 있어요.
이번 달 끝에 통장 잔액이 지난달보다 조금 증가했어요. 수백만 원은 아니지만, 저한테는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이게 법원에서 보면 뭔가 될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입장에선 이게 제가 제 삶을 책임지고 있다는 증거예요. 월급이 들어오는 날의 계산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