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저녁 시간이 정말 어색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는데 저는 옆방에서 혼자 있거나, 있어도 눈치가 보여서 말을 못 걸었거든요. 아이들도 저를 피하는 것 같았어요. 엄마 옆에만 있으려고 했습니다.
사건 직후 몇 개월간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저질렀던 실수 때문에 가족이 상처받은 건데, 그들이 저를 피하는 게 맞다고요. 하지만 변호사와 상담할 때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도 중요한 기록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후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지난주부터 아이 셋이 있는 거실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맨날 옆방에 있던 저인데, 이제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달라졌습니다. 어제는 둘째가 영어 숙제를 물어봤어요.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자연스럽게 함께 풀어봤습니다. 아내도 웃으면서 저한테 고마다고 했습니다.
이게 양형자료가 될 만큼 거창한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정말 중요합니다. 가족이 저를 다시 필요로 하는 시간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는 게요. 저녁 시간이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