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 통보를 받고 나서 처음 이틀은 정말 멍했어요. 그 전까진 경찰 조사, 서류 준비 이런 게 현실처럼 안 느껴졌는데 검사 소환장이 손에 들어오니 달라더라고요. 상담선생님께 이 불안감을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오히려 이 시간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기간이라고 했어요. 그 말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그래서 소환 날짜가 정해진 그날부터 일의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이전엔 그냥 가서 일하고 나오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달라고 생각했어요. 출근시간, 퇴근시간, 그날 뭘 했는지, 동료들과 어떻게 지냈는지까지. 처음엔 번거롭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이 기록들이 내 생활이 실제로 변했다는 증거가 되더라고요. 지각도 없었고, 휴가도 따로 내지 않았고, 일 중간중간에 카페에 가서 책도 읽었어요. 그냥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게 지금 나한테는 중요한 거 같아요.
밤에 일기를 쓸 때마다 그날의 작은 것들을 챙겼어요. 아침에 정시에 일어났다는 것, 상담 전에 미리 준비한 질문들, 일 끝나고 책을 꺼내 읽은 것. 이런 게 쌓여서 한 주, 한 달이 되는 거겠지 싶어요. 검사 소환장이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내 하루하루가 누군가에게 읽힐 기록이라는 걸 아니까, 더 조심스럽고 더 성실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직 검사 면조사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그 시간 동안 이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