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혼자 상담을 받으려고 했어요. 양형자료 준비하는 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변호사가 "가족 동반 상담도 한두 번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해줬고, 아빠랑 얘기해본 결과 함께 가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어색했어요. 내가 한 실수를 아빠 앞에서 전문가하고 다시 정리하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상담사가 아빠한테도 물어봤거든요. "아드분이 이전에 이런 선택들을 할 때 가정에서는 어떤 환경이었습니까" 이런 식으로. 그 순간 아빠가 울먹거렸어요. 자기도 일에만 치여살면서 아들과 대화를 제대로 못 했다는 거, 신경 못 썼다는 거를 그때 인정하신 거 같았습니다.
그 이후로 달라졌어요. 상담 결과 보고서에도 "가족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중" 이렇게 기록이 남고, 무엇보다 집에서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퇴근 후에 거실에서 아빠가 먼저 말을 걸어요. 뭘 먹었는지, 요즘 기분은 어떤지. 엄마는 "너희 둘이 이제야 대화한다"고 투덜대시지만, 웃으시면서 하는 말씀이에요.
재판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간이 우리 가족한테는 꼭 필요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판사가 이 부분을 어떻게 봐줄지는 별개지만,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