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사가 '일상의 루틴'을 기록하라고 했다. 그게 양형자료에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하루하루를 의식적으로 산다는 의미라고. 나는 그동안 일기는 썼지만 제대로 된 활동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지난주 도서관에 갔다. 카드를 만든 지 2년 됐는데 사용한 적이 없었다. 사건 이후로 밖에 나가는 게 불편했고, 뭘 읽어도 집중이 안 됐다. 이번엔 달랐다. 서가를 천천히 돌면서 책을 골랐다. 아무 책이나가 아니라 읽고 싶은 책. 한두 권이 아니라 여섯 권을 빌렸다.
지금까지 다섯 권을 읽었다. 상담 일지에 '독서 재개'를 기록했다. 변호사는 이런 게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했다. 처음엔 그 말이 이상했는데, 지금은 이해한다. 책을 읽는 게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내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