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님이 몇 주 전부터 자꾸만 같은 질문을 하셨어요. 요즘 잘 자고 있냐고. 처음엔 그냥 인사말인 줄 알았는데, 상담 기록을 보니 계속 물어보신 거더라고요. 제가 무심코 "요즘 밤에 자꾸 깨요"라고 했던 말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턴 수면 일기를 따로 써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양형자료에 넣을 만한 자료라고.
처음엔 이상했어요. 수면이 감경 이유가 될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상담사님 말씀을 들어보니 규칙적인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약을 끊은 이후로 신체 리듬이 완전히 망가졌었거든요. 밤 두세 시에 자고 아침 열시 반쯤 일어나는 식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도 자꾸 지각했고, 일기도 제대로 못 썼고, 뭔가 자책하는 시간만 늘어났었어요.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원래 밤형 인간이었으니까요. 저녁 열시에 누우려고 노력하니 뒹굴뒹굴하고, 새벽 다섯시에 깨니 심장이 철렁했고. 하지만 엿새째 아침부터 뭔가 달라졌어요. 새벽에 창밖을 보니 하늘이 점점 밝아지더라고요. 그 광경이 생각보다 신기했어요. 지난 몇 년을 창밖을 보지 않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규칙적인 수면은 식사도 바꿨어요. 예전엔 낮 두세 시에 처음 먹는 게 다였는데, 지금은 일어나고 서른 분 안에 아침을 먹으려고 합니다. 처음에 배고픔을 못 느껴서 억지로 밥을 먼저 하고 앉아 있었어요. 근데 이제는 아침 여섯시반쯤 되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요. 그게 참 신기합니다. 제 몸이 아직도 이렇게 정상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게.
점심은 직장에서 먹고 있고, 저녁은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천천히 챙겨 먹으려고 해요. 처음엔 출근해서 여덟 시간을 버티는 게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 리듬이 당연해졌습니다. 오늘도 아침 여섯시 십분에 눈이 떴어요. 알람을 맞춘 시간이 여섯시인데, 요즘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자연스럽게 깨요. 이상할 정도로요.
상담사님은 이런 변화를 "신체가 안정을 찾는 신호"라고 하셨어요. 약물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제 몸이 처음으로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는 거라고. 그걸 들으니 요즘 아침이 조금 소중해졌어요. 별 거 아닌 것처럼 들릴 텐데, 저한테는 이런 일상이 기록되어야 할 변화인 것 같습니다. 밤을 줄이고 아침을 늘린다는 것. 그게 양형자료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제가 제 삶으로 돌아오는 데 정말 필요한 과정이었거든요.